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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칼럼] 성북구 네 모녀의 죽음과 여성운동의 눈길이 향해야 할 곳

오세라비 작가 l 기사입력 2019-11-11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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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서울 성북구에 거주하던 70대 노모와 40대 딸 3명이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된, 이른바 '성북구 네 모녀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네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된 주택의 모습. 사진 / YTN 캡쳐

 

[시사주간=오세라비 작가] 지난 2일 유서를 남기고 동반자살로 생을 마감한 서울 성북구 거주 네 모녀 사건은 사회보장제도 사각지대에 놓인 일가족의 비극이자, 빈곤층 추락에 대한 공포감을 사회에 안겨줬다. 또한 우리 사회의 성긴 사회안전망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성북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70대 노모와 40대 딸 3명은 ‘하늘나라로 간다’는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는데, 사망한지 한 달여가 흐른 것으로 추정된다. 우편함에는 각종 독촉 고지서가 꽂혀 있었으며, 최근에는 월세, 건강보험료도 연체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정부로부터 생계·주거·의료·교육 등 기타 현물 지원 등을 받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이 아닌 차상위층이 얼마나 취약한 실태에 처해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네 모녀처럼 갑작스럽게 경제적으로 빈곤해지면 기초생활수급권자보다 더 어려운 형편에 놓이게 된다. 어디에도 도움의 손길을 요청할 방도를 찾지 못해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성북구 네 모녀의 비극은 2014년 2월 26일 송파구 세 모녀의 동반자살과 흡사하다. 당시 큰 충격을 안겨줬던 세 모녀 사건은 가진 돈 전부인 70만 원을 봉투에 담아 집주인 앞으로 남겼다. 봉투에 적힌 “죄송합니다”라는 말로 시작한 짧은 글은 모두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병들어 직업도 가질 수 없던 가난은 세 모녀가 세상을 떠나면서도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게 만들었다. 당시 정치권은 세 모녀 사건처럼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층을 구하겠다고 야단법석을 떨었다. 

 

이로써 일명 송파 ‘세 모녀 법’이 2014년 12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는데,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개정안으로 ‘부양의무자 기준 추가 완화’에만 그쳤다. 당시 보건복지부 발표에 의하면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부양의무자가 수급자를 부양하고 중위소득 수준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부양능력 있음’ 선정기준을 완화해 약 12만 명을 추가로 보호(연간 약 9100억원)함>이었다. 

 

하지만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는 개정안은 송파 세 모녀조차도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가 될 수 없는 법이었다. 근로능력이 있는 사람은 수급 신청을 해도 해당이 안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부양의무자 기준에 걸려 보호받지 못한다. 사회보장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기초생활수급자 수는 174만3690명에 달한다.

 

사진 / 사회보장정보원

 

송파 세 모녀나 성북구 네 모녀처럼 복지 사각지대의 차상위층 빈곤층은 약 93만 명에 달한다. 성북구 네 모녀는 정부 기관의 도움을 요청할 수 없었고, 현행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으로도 이들을 위기에서 구하기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국회는 송파 세 모녀 사건으로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긴급복지지원법」도 같이 개정했는데, 경제적 위기 가구를 지원하기 위한 시스템을 작동하기 위함이다. 「긴급복지지원법」 대상자 선정 요건인 ‘위기상황’ 사유에 지자체 장이 판단할 수 있는 재량을 확대하고, 위기가구를 발굴하기 위한 위기 발굴 시스템 점검 및 신고의무 확대 근거를 명시해 지자체의 긴급복지지원제 현장성을 높인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해당 법도 성북구 네 모녀를 포함한 차상위층에게는 문턱이 높다. 갑작스러운 위기사유 발생으로 생계유지가 곤란한 가구가 지원 대상이지만, 선정기준에 있어 성북구 네 모녀는 생계비 지원 등을 받을 수 없는 제도다. 더구나 긴급복지 지원횟수도 단 1회에 그친다. 서울시 긴급복지지원제도의 대대적인 홍보는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에게 당장이라도 도움을 줄 것처럼 보이지만, 궁지에 몰린 빈곤층에게는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다.

 

서울시 긴급복지 지원제도 포스터. 사진 / 서울시

 

소득도 재산도 없고, 건강보험료·월세가 연체되는 절망적인 상황에 내몰린 가구를 구하기 위한 예방 시스템 작동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사상 처음으로 3만 달러를 돌파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나라다. 그럼에도 지난 8월에는 서울 관악구 탈북모자 아사 사건이 발생했고, 이달에는 성북구 네 모녀 사건이 발견됐다. 이는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의 복지지원제도에 심각한 구멍이 뚫려있음을 보여준다. 손길이 닿아야 할 곳에 닿지 않고, 당장 위기에 처한 시민들에게는 너무나 거리가 먼 제도 아닌가. 

 

여기서 또 하나 짚어볼 대목은 여성가족부와 여성단체의 역할이다. 필자는 누누이 페미니즘 운동이 아닌 새로운 여성운동으로의 전환을 해야 함을 주장해왔다. 특히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곳에는 빈곤의 덫에 놓인 여성들이 훨씬 많다. 또 여성 노인 빈곤층의 증가 문제도 심각한 실정이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여성은 전체의 약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 여성 노인의 평균 수명이 길어 빈곤 기간도 그만큼 길어진다. 미혼모 상황은 어떤가. 지금도 미혼모는 홀로 아이를 양육하며 이중삼중 생활고에 시달리며 힘겨운 삶을 살아간다. 

 

빈곤 여성들의 삶을 복지제도로 접근하는 방식에만 맡겨둬서는 안된다. 여성가족부외 수많은 여성단체들이 페미니즘 운동에만 주력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송파 세 모녀, 성북구 네 모녀의 비극적 죽음이 있었음에도, 그렇게 많은 여성단체 중 대안을 제시하거나 복지 사각지대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곳은 보이지 않는다.

 

“약자를 보호하고 여성들의 권리를 옹호한다”고 늘 부르짖지만 진짜 사회적 약자, 보이지 않는 곳, 손길이 필요한 곳에 그들은 없다. 여성가족부는 총 1조 1191억 원의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했다. 여성가족부 예산은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는 만큼, 무엇보다 빈곤층 여성의 삶을 개선시키는 정책에 우선순위를 둬야한다. 

 

대한민국 전체 인구 중 여성 인구의 수는 남성 인구를 이미 앞질렀다. 지난해 기준 여성 인구는 2595만9930명(50.1%), 남자는 2586만6129명(49.9%)이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765만408명으로 전체 인구의 14.8%이며, 5년 후에는 20.3%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추이를 감안하더라도 여성가족부, 여성단체의 주요 정책과 활동 방향이 어디에 중점을 둬야 하는지 말해준다. 성북구 네 모녀처럼 사회 밑바닥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통 받는 빈곤층에게 다가가는 시스템 확립과, 노년인구 증가에 따른 대비 등 일대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 부처가 하는 일은 국민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올바른 의사결정과 실행에 옮기는 일이다. 

 

송파 세 모녀 동반자살 후 ‘세 모녀 법’을 개정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그리고 5년이 흐른 현재 생활고에 시달리던 성북구 네 모녀의 죽음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빈곤층이 최소한의 존엄성도 지키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음을 증명한다. SW

 

murphy803@hanmail.net

시사주간 오세라비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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