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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냐 양육이냐’ 워킹맘은 오늘도 고민한다

임동현 기자 l 기사입력 2019-11-06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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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들은 지금도 '일과 양육' 둘 중 하나를 택하는 것을 강제로 요구받고 있다. 사진 / 시사주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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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임동현 기자] 6살과 1, 두 아이를 둔 워킹맘이 휴일근무 결근이 잦다는 이유로 다니던 회사에서 해고를 당했다. 이 해고가 부당해고냐 아니나를 두고 1심과 2심이 서로 엇갈린 판결을 내렸다. 1심이 부당해고가 맞다고 판결한 반면 2심은 '회사가 사정을 먼저 파악하기 어렵다'며 판결을 뒤집었다. 이제 대법원의 판결이 남은 상태다.

 

고속도로 영업소에서 서무주임으로 근무한 워킹맘 A씨는 2017년 회사에서 해고 통보를 받는다. 공휴일에 무단 결근하는 등 근태가 좋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회사는 휴일은 물론 노동절을 제외한 공휴일은 다 근무를 하는 것이 규정인데 A씨는 석가탄신일, 어린이날에도 출근을 하지 않았고 아침 근무 때도 출근하지 않았다면서 A씨를 해고했다. A씨가 근무하는 동안 영업소의 운영회사가 바뀌었고 회사가 바뀌면서 규정의 변화가 있었다는 게 회사의 입장이다.

 

반면 A씨는 공휴일에 근무하지 않는 조건으로 8년간 일해왔고 현재 운영회사도 이를 승계한 것으로 알고 있었으며 회사가 6살과 1살 아이를 기르는 워킹맘이라는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배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여부를 알아본 A씨는 위원회가 부당해고라고 판단하자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회사가 A씨의 사정을 헤아리고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노력할 의무가 있으며, 일과 양육 중 하나를 강제로 선택하도록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부당해고가 맞다고 판결했다. 육아와 관련해서는 회사의 배려가 필요하고 휴일 근무 등도 당사자의 동의를 먼저 구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1심은 "회사가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배려나 노력을 하지 않아 '근로자로서의 의무''어린 자녀의 양육'중 하나를 택일하도록 강제했고 그로 인해 A씨가 공휴일, 초번 근무를 하지 못해 근태 항목에서 감점을 당했기에 채용 거부는 사회 통념상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부당해고가 맞다고 판단했다. 회사가 일과 양육의 선택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의무적으로 A씨의 사정을 파악해 필요한 조치를 했어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회사가 이 판결에 불복하면서 진행된 2심의 재판부 생각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공휴일의 경우 배우자 등이 자녀를 양육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므로 A씨가 이것이 불가능한 상황임을 밝히고 양해를 구하지 않는 이상 회사가 사정을 먼저 파악하고 해결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기에 일과 양육 중 하나를 택일하도록 강제했다고 보기 어렵다"1심의 결론을 뒤집었다. A씨가 먼저 회사에 사정을 설명하고 동의를 얻었어야하는데 이를 하지 않았기에 회사의 책임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게 2심의 판단이다.

 

이로써 대법원으로 넘어간 이 소송은 회사의 배려 범위와 더불어 '양육권'에 대한 판단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김광삼 변호사는 한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녀 양육권에 대해 회사가 어느 정도의 필요한 조치를 해야할 의무가 있느냐, 이 부분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이런 식으로 자녀를 양육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면 결근이나 무단 조퇴 등을 감수해야하고 회사가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하는데 그 필요한 조치를 안했다는 쪽으로 결론이 나면 판결이 뒤집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여성노동자회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 문제는 남녀 배려를 떠나 운영회사가 바뀌고 바뀐 규정을 근무자에게 알리고 근무자의 동의를 얻어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운영회사가 넘어간 상황이라면 단순히 A씨만의 문제가 아니라 비슷한 사례가 있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회사가 바뀐 상황을 제대로 알리고 동의를 구했느냐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상황은 워킹맘들이 여전히 일과 양육사이에서 갈등해야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워킹맘을 위한 각종 대책들이 나오고 있지만 이를 지키는 사례는 생각보다 많지 않고 회사 역시 워킹맘에 대한 배려는커녕 워킹맘을 부정적으로 보고 언젠간 나가야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결국 바뀌지 않는 회사에 장래를 맡겨야하는 워킹맘들은 이 시간에도 일과 육아 사이에서 괴로운 선택을 강요당하게 된다.

 

두 아이를 기르고 있는 한 워킹맘은 "지금 다니는 직장이 출근을 늦게 하도록 허락해줘서 몇년간 계속 다니고 있다. 더 큰 회사로 이직을 하려 했지만 지금 직장처럼 출근 시간을 배려해주는 회사가 없다. 남편과 아이들 돌보고 학교, 어린이집 보내려면 9시 출근이 불가능한데 '9시 출근'을 고수하며 따르라는 회사들이 대부분이다. 현 직장이 출근 시간을 배려해주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육아에 전념할 수 있도록 육아휴직 등 법적으로 보장된 제도를 마련하고 있지만 이 역시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회사가 사정을 이유로 휴직을 허락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육아휴직=퇴직'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 육아휴직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다.

 

서울여성노동자회 관계자는 "법으로 보장되어 있는 정책들만 기업들이 잘 지켜도 문제의 상당 부분이 해결될 수 있는데 회사들이 저마다 자기 사정을 이유로 법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 육아휴직을 쓰려해도 회사 눈치 때문에 쉬지도 못하고 회사를 그만두는 각오까지 해야한다. 그렇게 해놓고 회사가 '자발적 사직'이라고 하는 경우도 많다. 불이익이 없어야하는데 불이익이 더 많고 그렇게 일과 양육의 택일을 강요당한다. 회사도 물론 애로가 있겠지만 육아는 사회적인 문제도 되기 때문에 보장이 되어야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SW

 

ldh@economicpost.co.kr

시사주간 임동현 취재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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