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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폭력, ‘사랑하는 사이’라 처벌할 수 없다?

임동현 기자 l 기사입력 2019-10-18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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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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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임동현 기자] 20181, 법원은 자신의 집에서 여자친구를 마구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30대 남성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하면서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다른 남자가 생긴 사실을 확인하고자 다그치는 과정에서 벌어진 우발적 범행으로 보이며 피해자 유족이 피고인을 처벌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탄원서를 내는 등 할 수 있는 조치를 다했다. 고심 끝에 피고인이 정상적인 사회구성원으로 돌아갈 기회를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20188, 한 남성이 사귀고 있던 여성을 수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됐다. 1심 재판부는 "가해자가 술 취한 상태에서 저지른 우발적 범행이며 범행 위 응급조치를 하는 등 피해회복에 노력했다"며 징역 6년을 선고했다. 그리고 올 7월 열린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생전에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보았을 때 진심으로 사랑한 사이였음을 알 수 있고 지속적 폭행이 아닌 우발적 사건이라 재범 위험성이 작다"면서 "이례적이기는 하지만 피고인에게 사회로 돌아가 학업을 이어갈 기회를 주겠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판결이 나온 후 한국여성의전화는 "최소 한 해 180명이 넘는 여성이 친밀한 관계에서 살해되거나 살해의 위협을 받고 있다. 데이트폭력의 심각성이 알려지고, 친밀한 관계 내 폭력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며 관련법 제정까지 논의되고 있지만, 폭력으로 점철된 관계를 '사랑하는 사이'로 낭만화해 다른 범죄자와 달리 처벌을 면해주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가해자에 대한 공감과 연민으로 가득 차 그들을 대변하는 판결을 도대체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가?"라며 재판부를 비판했다.

 

데이트폭력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고 피해자는 물론 사망자도 나오고 있지만 형사 입건 및 구속자는 오히려 감소하고 있고 구속이 되더라도 '우발적 범행'이라는 이유로 관대한 처분을 받는 예가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데이트폭력 피해자들의 고통이 상당하지만 데이트폭력 상담 후 자체 조치보다는 외부기관 연계에 집중되어 있어 적절한 선행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9월 경찰청은 7~8'데이트폭력 집중신고 기간' 동안 총 4,185건의 신고를 접수해 2,052명을 형사입건했고 이 중 82명이 구속됐다고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2016년부터 데이트폭력 신고를 집중 홍보했고 이를 계기로 신고자가 해마다 꾸준히 증가했다. 형사입건 및 구속 사례가 줄어들고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는데 큰 문제가 아닌 이유로도 신고가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수사를 하면서 범죄 여부를 확인해야하고 그에 따라 입건, 검거를 결정하는 것이기에 단순히 숫자가 줄어들었다고 해서 '처벌이 가볍다'라고 단정지어 말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트폭력의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연인 간에 발생한 데이트폭력 신고 건수가 20169,364건에서 201714136, 201818671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고 3년간 사망자가 51, 살인미수가 110건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매년 데이트폭력 숫자가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구속 비율은 20165.4%, 20174.1%, 20183.8%로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앞에서 든 예처럼 재판부가 '우발적 범행' 혹은 '사랑하는 사이에서 벌어진 일'로 종결을 짓는 경우가 생겨 사회 복귀시 재범의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데이트폭력으로 인한 상처가 피해 여성들에게 정신장애를 일으킬 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배우자나 연인으로부터 물리적 폭력 피해를 당한 여성의 경우 여러 정신장애 중 하나라도 발병할 위험이 3.6, 성폭력 피해 여성은 14.3배 높으며 광장공포층과 강박 장애 위험이 피해받지 않은 여성보다 8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성폭력 피해 여성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발병 위험이 32.4, 강박장애 위험 27.8, 니코틴의존증 22.4, 광장공포증 19.4배로 정신장애를 겪을 확률이 확연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여성긴급전화 1366'이 데이트폭력 상담 후 긴급보호 조치, 긴급피난처 운영 등 자체조치보다는 외부기관 연계에 집중되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데이트폭력 상담 후 조치현황(2019년 기준)에서 전문 상담기관, 수사기관, 의료기관, 법률기관 등 관련 기관 연계가 12819건에 달한 반면 1336센터가 담당하는 현장상담 지원은 56, 긴급피난처 피신은 167건에 그쳐 자체 조치보다는 외부기관에 넘기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데이트폭력 범죄를 3회 이상 저지를 경우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정식기소하고 구속할 수 있도록 하는 '데이트폭력 삼진아웃제'를 도입했다. 또 스토킹 범죄자에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되어 있다.

 

하지만 문제는 데이트폭력을 '둘 만의 문제'로 생각하는 인식을 바꿔야함과 동시에 피해자에 대한 더 나은 보호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랑했고 친근했던 이에게 당하는 큰 폭력, 평생을 짊어져야 할 큰 상처, 이를 치유하기 위해서라도 데이트폭력을 막는 노력이 필요해진 지금이다. SW

 

ldh@economicpost.co.kr 

시사주간 임동현 취재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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