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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에 흉기 되는 불법 건축물 ‘교회 종탑’

현지용 기자 l 기사입력 2019-09-09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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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태풍 링링이 국내를 통과하면서 건물 파손, 단전 사태 등 사고로 3명이 숨졌다. 특히 강풍으로 인한 교회 종탑 추락 사고가 발생함에도, 이에 대한 법 안전망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8일 서울 도봉구의 한 교회 종탑이 강풍에 무너진 모습. 사진 / 유투브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교회 종탑이 태풍에 쓰러져 사상자를 낼 수 있는 흉기로 전락함에도, 이에 대한 관련 규제법과 추진은 전무한 상황이다.

  

지난 주 초속 30m가 넘는 강풍을 동반한 태풍 링링이 대한민국을 강타하자, 건물 일부가 파손되고 단전 사태가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3명이 사고로 숨지고 부상자만 33건(경찰 통계)이 발생하기도 했다. 서울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피해신고는 1700여건으로 나무 쓰러짐 신고 298건, 입간판 등 떨어짐 사고는 610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번 태풍에서 사람을 덮칠 뻔한 아찔한 사고가 또 다시 발생했다. 서울 도봉구 창동을 비롯해 일부 개신교 교회들의 종탑이 강풍에 무너져 길가를 덮쳤기 때문이다. 일부 종탑은 전신주를 덮쳐 일대 단전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인명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강풍에 꺾인 종탑은 내부가 텅 빈 0.5mm 안팎의 철판 구조물로 무게가 가벼워 바람에 쉽게 꺾이고 부러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국내 개신교에서 세우는 종탑은 중세 고딕 양식을 이용해 세로로 높고 좁게 만드는 특징을 가졌다. 최대 7~8m의 종탑은 강풍 등 자연 재해에 쉽게 붕괴돼 사람을 덮치기 쉬운 형태인 것이다.

 

통계청에서 조사한 전국 시도 산업·사업체 구분별 사업체수 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종교단체 중 전국의 기독교 단체 수는 5만5104개인 것으로 집계됐다. 정확한 통계 조사에 따른 교회 종탑 개수를 확인하기는 어려우나, 현재까지도 규모 있는 개신교 교회에는 이 같은 철제 종탑이 달려있는 경우가 일반적인 경향이다. 

 

서울 시내의 한 교회 종탑 전문 제작사에 문의한 결과, 일반적으로 네온 십자가를 포함해 최대 12m 가량 되는 종탑은 약 400만원대 안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 같은 종탑은 통행의 안전을 위협하고 안전상 붕괴 위험이 높아 현행 건축법 제85조를 어기는 불법 건축물에 해당한다. 

 

문제는 이 같은 불법 건축물을 전문으로 제작해주는 사업체까지 있음에도 이를 막을 방도가 없다는 점이다. 불법 건축물은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해 지자체장이 자진철거 등 시정명령 및 이행 강제금을 부과하는 행정조치의 권한을 갖고 있다.

  

하지만 1960년대부터 유행처럼 번진 십자가 종탑 설치는 국내 개신교의 확산에 따라 경쟁적으로 번졌고, 하나의 국내 개신교적 관습으로 자리 잡았다. 이 때문에 안전 및 미관을 이유로 한 종탑 철거 행정조치는 개신교 신도 유권자들에게 종교 탄압이라는 명분으로 반발을 사기 쉽게 변했다. 행정기관과 지역구 의원들이 안전 문제에도 쉽게 철거를 입에 올리지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실례로 과거 2011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방지법’에 교회 십자가 및 종탑을 적용시키려 논의하자, 당시 개신교 보수단체는 이를 “교회에 대한 부정이자 교회 존재감을 무력화시키는 발상”이라며 반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빛공해방지법 시행령은 2012년 2월 시행하면서 교회 십자가와 종탑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교회도 안전을 위협하는 종탑 정비 및 철거의 명분은 인정하나, 이를 철거하는 것은 교회 성장이라는 무한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이유 및 관습으로 뿌리내린 이유 등 때문에 발목이 붙잡히는 상황이다.

  

한편 개신교 종탑은 기념물 또는 종교적 상징물로 해석되기에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에 따라 옥외광고물로 규정하지도 못한다. 하지만 단순 상징물로 보기에 개신교 종탑은 하나의 교회라는 사업체를 알리는 실질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영화 ‘도쿄 택시’ 속 일본인 주인공들은 택시를 타고 서울의 야경을 바라보다, 무수히 세워진 십자가 종탑들을 보고 “왜 이리 무덤이 많지”라고 의문을 품었다. 도시 밤 풍경을 붉은 네온사인 십자가 종탑으로 메운 십자가 과밀 현상은, 이제는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흉기로 전락하고 있다. 이에 대한 법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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