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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나랏말싸미' 역사 왜곡 논란, 관객의 비판이 정당한 이유

박지윤 기자 l 기사입력 2019-07-27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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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영화 '나랏말싸미'. 사진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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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박지윤 기자]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를 그린 영화 <나랏말싸미>가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이며 관객 수가 급감했다. 세종(송강호 분)과 신미스님(박해일 분)이 함께 한글 창제를 한다는 내용 자체가 역사와 다르다는 점도 있지만 관객들이 이 영화를 비판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세종이 아닌 신미스님이 한글을 창제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설은 한때 불교계 일각에서 나온 설이긴 했지만 조선왕조실록이나 훈민정음에는 이 기록이 없으며 세종과 신미스님이 만난 것도 한글 창제 이후인 1446년으로 기록되어 있다. 또한 '신미 창제설'의 근거로 제시된 불교 고서 '원각석조성보'는 뒷날 조선시대에 만든 것이 아닌, 위조 고서로 알려져 있다. 
 
또 영화는 훈민정음이 다른 나라의 글을 모방했다는 내용을 담아내는데 이 역시 역사와 다르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훈민정음 창제의 원리와 해설을 통해 훈민정음을 직접 만들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처럼 세종을 깎아내리고 신미스님을 부각시킨 영화의 내용에 많은 관객들은 '평점 테러'로 항의를 하는 중이다.
 
역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역사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많이 나왔지만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을 넘어 '왜곡'으로 이어진 영화들은 관객의 비난과 함께 흥행에도 참패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일례로 류승완 감독의 <군함도>는 일제의 강제 징용으로 아픔을 겪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과 예고편에 등장한 '욱일기 찢는 장면'으로 개봉 전에는 호감도가 높았다. 하지만 막상 영화가 개봉되자 '자발적으로 징용에 가는 사람'이 등장하고 '한 사람도 살아남지 않았다'는 역사적 사실을 무시하고 생존자를 남기는 결말에 관객들의 평가는 '역사 왜곡', '친일 영화'라는 비난으로 바뀌었고 결국 흥행에 참패하고 말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허진호 감독의 <덕혜옹주>는 독립운동을 한 기록이 전혀없는 덕혜옹주를 마치 독립운동가처럼 묘사하면서 '왕족 띄우기'라는 비판을 받았고 그 비판으로 인해 흥행에서 쓴잔을 마셨다.
 
영화계에서는 '영화는 영화로 봐달라'는 이야기를 한다. 영화의 재미를 위해서는 상상력을 가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얼굴이 닮은 광대에게 왕의 자리를 준다는 내용은 전혀 역사적 사실이 아니지만 오히려 그 픽션이 관객의 흥미를 가져오고 영화의 주제를 더 부각시켰다는 점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영화나 소설 등에서 역사를 다룰 때 픽션은 재미와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다. 물론 그 픽션은 작가가 완전히 상상해서 만들어내는 것도 있고 당시에 풍문으로 드려진 설이나 기록의 한 부분을 토대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도 있다. 역사적인 상황을 완벽하게 재현하기는 불가능하기에 기록이 소홀한 부분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작가의 픽션이 가미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점은 관객들도 공감하고 재미를 느끼는 부분이다.
 
그러나 픽션을 넘어 '역사 왜곡'으로 넘어가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특히 역사적인 근거가 분명히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픽션을 사용하고 '영화는 영화로 봐달라'로 말한다는 것은 역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기대하는 관객들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군함도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이 많이 보겠지', '세종대왕을 내세우면 분명히 흥행할거야' 라는 '속물스런' 생각으로 영화를 만든 것 아니냐라고 비판한다면 만든 사람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억울하겠지만 왜곡이 주가 되는 영화로 관객들에게 선보인다면 이런 비판을 들을 수밖에 없다.
 
이전과 달리 관객들은 영화 속 사실을 그대로 믿지 않는다. 토론을 하고 비교를 하며 정사와 야사, 팩트와 픽션을 구분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역사 왜곡' 영화로 관객들에게 인식되는 것은 큰 타격이다. '영화는 영화로만 봐달라'는, 관객들이 좋아하는 소재로만 만들면 관객이 몰릴 것이라는 1차원적 사고를 깨야한다는 것을 이번 <나랏말싸미> 논란을 통해 영화인들이 느껴야할 것 같다. SW
 
pjy@economicpost.co.kr
시사주간 박지윤 취재부 기자입니다.

"미래는 타협하지 않는 오늘이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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