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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 협박 없었다고 성폭력 아니다?" '강간죄' 개정 목소리 높아

임동현 기자 l 기사입력 2019-07-09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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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이윤택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 회원들이 연극연출가 이윤택 성폭력 사건 항소심 선고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최근 성폭력, 성폭행 사건의 판결을 놓고 '봐주기 판결', '피해자를 생각하지 않는 판결'이라는 비판이 계속되는 가운데 '강간죄'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국 208개 여성인권운동단체와 전문가들로 구성된 '강간죄 개정을 위한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9일 형법 제297조 강간죄의 구성 요건을 '동의' 여부로 개정할 것을 촉구하는 2차 의견서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에게 전달했다. 이들은 3301차 의견서를 낸 뒤 이날 2차 의견서를 제출했다.

 

형법 제297조에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피해자의 무력한 상태를 이용한 범행,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기습적으로 발생한 범행 등에 대해서는 '강간'으로 인정하지 않아 무죄 혹은 감형 판결을 받는 사례가 나오고 있어 피해자의 상태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10세 아동에게 술을 먹인 후 성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은 남성이 항소심에서 징역 3년으로 감형을 받아 논란이 된 바 있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9(재판장 한규현 부장판사)"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직접적인 폭행, 협박을 당한 사실은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고, 질문에 고개를 끄덕인 것만으로는 폭행이나 협박을 인정하기기 부족하다고 판단한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연대회의는 2차 의견서에서 "1월부터 3월까지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를 통해 전체 66개 성폭력상담소에 접수된 강간(유사강간 포함) 상담사례들을 살펴본 결과, 성폭력 피해사례 중 직접적인 폭행, 협박이 행사된 피해사례는 28.6%에 불과했다. '상대방의 저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로최협의의 폭행, 협박'으로 해석하고 있는 현실에서 실제로 처벌 가능한 성폭력 피해사례는 28.6%보다 훨씬 낮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연대회의 측이 제시한 '직접적 폭행, 협박 없는 강간'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피해자가 벗어나기 어렵고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저항을 포기하는 사례다. 상습적으로 신체적인 위협을 가해온 남자친구에 대한 두려움으로 저항하지 못한 상태에서 발생한 성폭력, 입원 중 의료인에 의해 발생한 성폭력, 여행지에서 가이드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고립된 상황에서 발생한 성폭력 등이 그 예다.

 

"많은 성폭력 피해자가 가해자와의 관계, 힘 또는 권력의 차이, 피해자의 취약한 상황, 상습적인 학대에 노출된 경험 등에 따라 직접적인 폭행이나 협박이 없더라도 저항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다"는 게 연대회의의 설명이다.

 

두 번째는 가해자가 피해자를 속이거나 피해자가 신체적, 정신적으로 무력한 상태를 이용하는 사례다. 피해자가 잠이 든 상황에서 발생한 성폭력, 피해자가 술이나 약물에 취한 상태에서 발생한 성폭력, 피해자가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기습적으로 발생한 성폭력 등이 그 예다.

 

현재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해' 성폭력을 하는 경우 처벌이 가능하지만 이 구성요건은 '최협의의 폭행, 협박'에 준하는 매우 협소한 경우에만 성립이 인정되고 있어 이 유형에 해당되는 사례 중 대부분은 준강간죄 등으로 포섭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폭행, 협박 유무로 성폭력을 판단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저항을 할 수 없는 상황을 생각하지 않고 폭행이 없었다며 강간으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정말 협소한 관점이다. 해외에서도 '동의 여부'로 가는 것이 추세인데 우리도 이번에 '동의 여부'로 바뀌어야한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법 제정 당시 '여성의 정조에 관한 법'으로 규정이 됐고 '정조를 지키는' 관점에서 법이 집행되었다. 여성 인권이 조금씩 올라가면서 더 이상 정조 보호의 법이 아닌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하는 법률로 이름이 바뀌기는 했지만 법문은 그대로 몇십년을 유지했다. 현실과 전혀 맞지 않는다"고 전했다.

 

20183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강간죄의 구성 요소를 '동의' 여부를 중심으로 규정하도록 법률을 개정할 것을 한국 정부에 권고한 바 있으며 현재 국회에서는 강간죄의 구성요건을 '의사에 반하여', 또는 '동의 없이'로 변경하거나 '비동의 간음죄'를 별도로 신설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는 9개의 형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황이다.

 

연대회의는 "'부동의 의사에 반하여/명백한 거부의사 표시에 반하여' 등과 같이 구성 요건을 규정할 경우 성폭력 피해자에게 다시 '얼마나 저항했나', '왜 거부하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이 돌아오고 '명시적 거부 의사'를 밝힌 경우에만 한정해 적용할 가능성이 커 사실상 똑같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동의'에 초점을 둔 구성요건을 두어 피의자 및 피고인에게 '어떻게 동의를 구했는가', ''무엇을 근거로 동의 여부를 판단했는가'를 질문하도록 형법 개정이 이루어져야한다"고 밝혔다. SW

 

ldh@economicpost.co.kr

시사주간 임동현 취재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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